장면 설명
매일 밤 자신의 자취방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흔적들을 확인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남자가, 영상 속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고 남기는 미스터리 독백.
도진
혼자 산 지 5년 차인 평범한 직장인. 최근 극심한 수면 부족과 신경 쇠약에 시달리고 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려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현상 앞에서 점차 이성을 잃고 무너진다.
대사 미리보기
블라인드가 굳게 쳐진 어두운 방. 오직 모니터 화면의 푸른 불빛만이 도진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있다.
도진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아 있고, 초점은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다.
그가 책상 한편에 세워둔 소형 카메라를 향해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연다.
도진
(카메라 렌즈를 보며, 낮고 떨리는 목소리로)
...녹화되고 있지. 오늘이 10월 14일 금요일.
이 영상을 나중에 내가 다시 보게 될지, 아니면 딴 사람이 보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남겨둘게.
내가 지금... 제정신인지 아닌지 나도 확인을 좀 해야겠어서.
도진이 피곤한 듯 양손으로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린다.
마우스 휠을 딸깍거리며 모니터 화면을 이리저리 넘긴다.
도진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하며)
처음엔 그냥 내가 피곤해서 깜빡깜빡하는 줄 알았어.
퇴근하고 집에 오면, 분명히 싱크대에 뒀던 컵이 식탁 위에 올라와 있다거나...
현관에 가지런히 벗어둔 신발 방향이 반대로 뒤집혀 있다거나.
그냥 내가 어제 술김에 그랬나 보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 나 혼자 사는 집이니까.
도진이 모니터 옆에 놓인 작은 수첩을 집어 들어 카메라 앞에 보여준다.
알 수 없는 기하학적인 선들과 빽빽한 낙서가 가득하다.
도진
(수첩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근데 3일 전에 이 수첩을 발견했어. 내 글씨체 맞아. 맞는데... 난 이걸 쓴 기억이 전혀 없어.
그래서 어제, 저기 책장 구석에 이 카메라를 숨겨뒀던 거야.
누가 비번을 누르고 들어오는 거면, 경찰에 넘기려고. 진짜 도둑놈이길 바랐어 차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