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설명
한밤중 동네 놀이터, 자신의 평범함에 좌절한 오랜 친구에게 미지근해진 캔맥주를 건네며 건네는 담담하고 따뜻한 위로.
지훈
특별히 크게 성공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삶을 덤덤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단단한 내면의 소유자. 화를 내거나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툭툭 던지는 말투 속에 진심을 담는 타입이다.
대사 미리보기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비추는 텅 빈 놀이터.
지훈이 그네에 앉아 발끝으로 땅을 파적거리고 있다.
손에는 절반쯤 마신 캔맥주가 들려 있다.
그는 옆 그네에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을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지훈
(작게 실소를 터뜨리며)
야. 너 방금 그 한숨, 되게 늙어 보였던 거 아냐?
무슨 나라 잃은 독립군인 줄 알았네. 고작 대리 진급 하나 미끄러진 거 가지고.
지훈,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탄산이 빠진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지훈
(캔을 흔들어보며 덤덤하게)
울지 마라. 쪽팔리게 다 큰 어른이 새벽 한 시에 놀이터에서.
누가 보면 내가 너 때린 줄 알겠다.
(상대방이 뭐라고 변명하는 걸 듣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알지. 아는데. 네가 팀장 자리에 앉혀달라는 것도 아니고, 남들 다 다는 대리 명함 하나 파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렵냐... 뭐 그런 거잖아.
억울할 만하지. 네가 그 회사에 갈아 넣은 야근이 몇 시간인데.
지훈, 그네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켠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친구 앞을 천천히 서성인다.
지훈
(허공을 보며 회상하듯, 가벼운 어조로)
우리 스무 살 때 기억나냐?
여기 이 정글짐 앞에서, 우리 나중에 서른 넘으면 뭐 돼 있을까 얘기했었잖아.
너는 최소 벤처기업 CEO 돼서 포르쉐 끌고 다닐 거라고 했고, 나는 뭐... 영화제에서 상 하나쯤은 받아 있을 줄 알았지.
근데 현실은 어떠냐.
너는 진급 누락됐다고 그네에 앉아서 청승떨고 있고, 나는 그거 위로한답시고 편의점 4캔 만원짜리 맥주 사 와서 생색내고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