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설명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가 취조실에서 여유롭게 알리바이를 대며 진범 여부를 교묘하게 헷갈리게 만드는 스릴러 독백.
진태
지적이고 점잖은 태도를 유지하지만, 뱀처럼 교활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 형사(와 관객)를 희롱하는 여유로움이 특징이다.
대사 미리보기
어둡고 차가운 취조실.
진태가 수갑을 차지 않은 자유로운 손으로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여유롭게 젓고 있다.
그는 맞은편에 앉아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는 형사를 향해 사람 좋은 옅은 미소를 짓는다.
진태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알리바이라... 참 딱딱한 단어네요, 형사님. 그날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제가 뭘 했냐고요?
진태, 커피를 한 모금 천천히 마시고는 종이컵을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진태
(천장을 보며 회상하듯)
음... 비가 왔잖아요, 그날. 저는 집 거실에 앉아서 음악을 듣고 있었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 볼륨을 꽤 높여서요. 빗소리랑 그 무거운 현악기 소리가 섞이는 게... 참 기가 막히거든요. 창가에 앉아서 와인을 한 잔 마셨죠. 아주 붉고... 끈적한.
진태가 자신의 손가락을 유심히 내려다보며 엄지와 검지를 가볍게 비빈다.
진태
(고개를 들어 형사와 눈을 맞추며)
근데 형사님. 보통 진짜 살인범들은 알리바이를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나요? 식당 영수증을 챙긴다거나, CCTV에 일부러 얼굴을 비춘다거나. 저처럼 '집에서 혼자 와인 마시며 음악 들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살인범이 있습니까? 그건 너무 멍청하거나... 아니면 진짜로 아무 죄가 없어서 꾸며낼 말이 없거나. 둘 중 하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