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설명
멈춰버린 것 같은 스물일곱의 오늘, 막막한 불안함을 뚫고 다시 신발 끈을 묶는 청춘의 고백.
현우
·남자·20대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 혹은 고시 공부를 하며 3년째 치열하게 살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다. 겉으로는 무던해 보이지만 속은 곪아있는 상태다.
대사 미리보기
방 안은 어둡고 책상 위 스탠드 불빛만 켜져 있다.
현우는 편의점 도시락을 다 먹고 빈 용기를 멍하니 바라보며 앉아 있다.
현우
(덤덤하게, 혼잣말로)
오늘이 며칠이지? 아... 벌써 20일인가. 시간 진짜 빠르네. 남들은 벌써 대리 달았네, 결혼하네 하는데... 나는 아직도 이 플라스틱 냄새 나는 도시락이랑 씨름하고 있고.
현우가 의자 뒤로 몸을 기대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시선은 천장의 얼룩에 고정된다.
현우
열심히 안 산 것도 아니잖아. 남들 놀 때 도서관 가고, 남들 잘 때 단어 하나 더 외우고... 나 진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거든? 근데 왜 제자리일까. 아니, 제자리면 다행이지. 세상은 저만큼 앞서가는데 나만 뒤로 밀려나는 기분이야.
현우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한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떨군다.
현우
(의기소침하게)
가끔 무서워. 내가 가는 이 길이 길이 맞기는 한 건지. 사실은 막다른 골목인데 나 혼자 벽 보고 삽질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엄마한테 전화 오면 이제 할 말이 없어. "공부 잘돼가니?"라는 그 평범한 질문이... 왜 이렇게 송곳처럼 가슴을 찌르는지 모르겠다. 나 진짜... 잘하고 싶은데. 왜 아무것도 안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