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설명
서른을 맞아 모든 의욕을 잃고 침대에 누워 완벽한 우울을 즐기려던 민호가 귓가를 맴도는 불사신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원초적인 사투를 벌이게 된다.
민호
·남자·30대
최근 연애와 취업 모두 정체기에 빠진 채 서른이 된 남자. 오늘은 불을 다 끄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세상과 단절된 '완벽한 우울'을 만끽하기로 결심했다. 무기력함의 끝을 달리고 싶지만, 본능적인 승부욕과 얕은 인내심이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대사 미리보기
암막 커튼이 쳐져 어둑어둑한 방 안.
민호가 침대 위에 시체처럼 대자로 뻗어 천장만 응시하고 있다.
민호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래... 이게 서른의 무게지. 아무것도 하기 싫다. 철저하게 혼자이고 싶다...
어디선가 귓가를 스치는 '앵' 소리.
민호, 미간을 찌푸리지만 여전히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민호
(허공을 향해 나직하게)
가라. 나 오늘 우울증 1일 차야. 너한테 내어줄 피 같은 거 없어.
다시금 귓가에 울리는 날카로운 모기 소리.
민호, 느릿하게 허공을 향해 양손을 뻗어 박수를 친다.
짝! 하지만 손바닥을 펴보면 아무것도 없다.
민호
(헛웃음을 치며)
하... 헛스윙. 내 인생이랑 똑같네. 손을 뻗어도 잡히는 게 하나도 없어. 서른 살 무직의 처참한 순발력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