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장례를 마친 영주가 주차장 차 안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동생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뒤늦은 사과를 쏟아낸다.
영주
50대 여성. 삶의 고단함에 짓눌려 살다 보니 우울증을 앓던 동생 은주의 하소연을 외면했고, 마지막 구조 신호였던 전화마저 수신 차단해버렸다. 장례식을 치르며 뒤늦게 자신의 이기심이 동생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끔찍한 후회와 죄책감에 갇혀 있다.
어두운 장례식장 주차장. 검은 상복 차림의 영주가 시동이 꺼진 운전석에 멍하니 앉아 있다.
그녀의 손에 들린 핸드폰 화면, 발신 기록 최상단에 '은주'라는 이름이 떠 있다.
영주가 떨리는 손가락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귀에 바짝 갖다 댄다.
건조한 통화 연결음이 길게 이어진다.
이내 '삐-' 하는 자동응답기 소리가 울린다.
영주
(울음을 꾹 참고 다급하게)
은주야. 은주야, 나야. 언니.
영주, 마치 상대가 듣고 있는 것처럼 핸드폰을 두 손으로 고쳐 쥔다.
영주
너 왜 대답 안 해. 나 아직 안 갔어. 너 혼자 춥고 외로울까 봐... 아직 장례식장 주차장이야.
(호흡이 가빠지며)
너 나한테 화 많이 났지. 알아.
네가 밤낮없이 전화했을 때, 내가 안 받고 차단까지 한 거. 그거 다 알고... 그래서 나 벌주려고 그런 거지?
(변명하듯 말이 빨라진다)
내가 진짜 몰랐어, 은주야. 네가 그렇게까지 벼랑 끝에 있는 줄 알았으면, 내가 미쳤다고 안 받아?
그날 식당에 단체 손님도 많았고, 나도 너무 지쳐서...
너 또 전화해서 울고불고, 죽고 싶다, 힘들다... 그 소리 들으면 나까지 숨 막혀 죽을 것 같아서...
그래서 피했어. 내 코가 석 자라서, 내가 살려고 널 놨어.
영주의 목소리가 심하게 갈라진다.
영주
근데 내가 죽일 년이야. 네가 마지막으로 걸었던 그 새벽에... 그때는 받았어야 했는데.
한 번만, 딱 한 번만 내 얘기 좀 들어주지. 왜 그렇게 성질이 급해, 기지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