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설명
습관적으로 소개팅 앱을 넘겨보던 30대 후반 남성이 자신의 초라한 현실을 직면하고 허상을 지워내는 고독한 밤의 기록.
준호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회적으로는 안정되어 보이지만 정서적으로는 고립되어 있습니다. 소개팅 앱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자존감을 확인받으려 하지만 매번 좌절을 겪습니다.
대사 미리보기
어두운 거실, 소파에 구부정하게 앉은 준호.
오직 핸드폰 화면의 푸른 빛만이 그의 피곤한 얼굴을 비추고 있다.
그의 엄지손가락은 기계적으로 화면을 왼쪽으로 밀어내고 있다(Swipe).
준호
(화면을 보며 무미건조하게)
아니... 이분은 사진이 죄다 음식 사진밖에 없네. 내가 파스타랑 연애하는 건 아니잖아.
(다음 사진을 넘기며)
와, 이분은 골프, 테니스, 오마카세... 체력이 거의 국가대표급이신데. 나 같은 직장인은 데이트 한 번 하면 바로 다음 날 연차 써야겠네.
준호, 잠시 손을 멈추고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들여다본다.
3년 전, 그나마 살이 덜 쪘을 때 찍은 양복 차림의 사진이다.
준호
(자신의 사진을 보며 헛웃음)
준호야, 양심이 있어야지. 이게 너냐? 이건 너의 '희망 사항'이지.
지금 거울 보면 이 사람 어디 갔나 싶을걸.
(다시 스와이프를 시작하며)
자... 38살, 서울 거주, 취미는 독서... 거짓말하네. 너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작년 건강검진 결과표잖아.
준호가 갑자기 동작을 멈춘다. 화면 속 상대방의 프로필 문구를 소리 내어 읽는다.
준호
(천천히 읽으며)
'진지한 만남 원해요. 가벼운 분들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진지한 만남... 그래, 나도 진지하지. 매달 월급 들어오는 거 확인하는 것만큼 진지한 게 어딨어.
그런데 왜 손가락은 자꾸 예쁜 사람만 찾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