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윤
10대 여자. 밝고 눈치가 빨라 친구들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왔다. 내일이면 아주 먼 지역으로 전학을 간다. 고백했다가 거절당하거나 무리에서 멀어질까 봐 두려워 내내 웃으며 '친한 친구'로만 지냈다. 상대의 빈 음성사서함에 차마 하지 못했던 진짜 마음과 미안함을 뱉어내며, 그가 내일 이 빈자리를 무겁지 않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위안을 얻는다.
전학 가기 전날 밤, 이삿짐이 쌓인 텅 빈 방에서 짝사랑하던 남자애의 음성사서함에 담담하게 미안함과 작별을 남기는 장면.
소윤
10대 여자. 밝고 눈치가 빨라 친구들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왔다. 내일이면 아주 먼 지역으로 전학을 간다. 고백했다가 거절당하거나 무리에서 멀어질까 봐 두려워 내내 웃으며 '친한 친구'로만 지냈다. 상대의 빈 음성사서함에 차마 하지 못했던 진짜 마음과 미안함을 뱉어내며, 그가 내일 이 빈자리를 무겁지 않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위안을 얻는다.
이삿짐 박스가 벽 한쪽에 쌓여 있고 방 안은 텅 비었다. 열린 창문 너머로 끊어질 듯 이어지는 매미 소리가 들린다. 밤하늘엔 별이 반짝인다.
소윤은 휴대폰을 귀에 댄 채 창틀에 기대어 있다. '삐' 하는 자동응답기 연결음이 작게 울린다.
소윤
(멋쩍은 듯 가볍게 웃으며)
어, 태경아. 자냐? 나 소윤이.
소윤, 빈손으로 창틀을 툭툭 친다.
소윤
나 낼 아침 일찍 이사 가잖아. 짐 다 싸고 나니까 잠도 안 오고... 그냥 인사나 할까 했는데 안 받네.
(사이)
아, 차라리 잘됐다. 너 얼굴 보고 말했으면 나 쫌 섭섭한 티 냈을지도 모르거든.
소윤,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매미 소리가 훅 밀려들어 온다.
소윤
너 내일 아침에 내 책상 비어있는 거 보고 멍때리지 마라?
(애써 덤덤하게)
야, 사실 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네 옆에 있었으면... 언젠가 내가 선 넘어서, 우리 이 재밌는 친구 사이 다 망쳤을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