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설명
남들보다 늦은 것 같은 스물일곱의 밤, 막막한 불안함을 딛고 다시 나만의 속도로 걷기 시작하는 여성의 고백.
서연
·여자·20대
졸업 후 수차례의 낙방을 경험하며 3년째 꿈을 위해 달리고 있는 인물. 주변 친구들의 성공 소식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을 믿어주기로 결심하는 단단한 내면을 가졌다.
대사 미리보기
방 안은 정리가 안 된 책들과 서류들로 가득하다.
서연은 침대 끝에 걸터앉아 꺼진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서연
(덤덤하게, 낮은 목소리로)
벌써 새벽 두 시네. 시간은 왜 이렇게 공평하게 흐르는 걸까. 나만 좀 멈춰있는 것 같은데, 세상은 눈치도 없이 자꾸 내일로 가버려.
서연이 무릎을 끌어안으며 얼굴을 묻는다. 잠시 후, 고개를 들자 눈가에 피로와 슬픔이 서려 있다.
서연
오늘 소희 결혼한다고 연락 왔더라. 대기업 다니는 남편에, 강남에 신혼집... 축하한다고 답장은 보냈는데, 손가락이 떨려서 혼났어. 걔는 벌써 저만치 가 있는데, 나는 아직도 이 좁은 방에서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하고 있으니까.
서연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지며 울먹임이 섞인다.
서연
(의기소침하게)
나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 남들 연애하고 여행 갈 때, 나는 독서실 불 끄고 나왔어. 근데 왜 결과는 항상 이 모양일까. 내 노력이 부족한 건가? 아니면 그냥 내가 재능이 없는 건가? 이제는 나 자신조차 못 믿겠어. 거울 보는 게 제일 무서워.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는 내 얼굴을 마주하는 게... 너무 괴로워서.